- 걸어나가랬더니 쳐버린 대주자..LG 신민재 "저 안 울었어요"
- 출처:스포츠경향|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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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를 지키던 신민재(24·LG)에게 기회가 왔다. 한 점 승부. 육상선수 출신의 발빠른 신민재는 1루 베이스에서 리드를 떼고 있었다. 채은성의 타구가 아주 잘 맞았다. 너무 잘 맞았다. 신민재가 2루로 향하려던 순간 타구는 키움 2루수 러셀에게 곧바로 잡혔다. 직선타에 신민재는 1루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아웃되고 말았다. 무사 1루에 병살타가 나오면서 LG는 그렇게 득점 기회를 또 놓쳤다.
연장 13회초 LG가 1점을 내주고 말았다. 무승부만 해도 시리즈를 바로 끝낼 수 있는 LG는 반드시 1점이 필요했다. 연장 13회말 무사 2루에서 출발해 또 2사 2·3루가 되며 LG의 희망이 줄어들기 시작할 무렵, 대타 이천웅의 내야안타가 나왔다. 3-3 동점. 선두타자 홍창기가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가며 2사 만루. 신민재에게 타석이 왔다.
대타 교체 없이 신민재를 타석에 내보낸 LG 벤치에서는 내심 밀어내기 볼넷 정도를 기대했다. 실제로 키움 9번째 투수 김태훈은 2구 연속 높은 볼을 던졌다.
12회말에 주루사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신민재는 올해 포스트시즌의 첫 타석에서 이병규 타격코치의 말에만 집중했다. 이병규 코치는 “홍창기가 나가면 만루, 포수가 볼을 빠뜨리기만 하면 경기가 끝나니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노리라”고 했다. 상대 투수의 제구가 되지 않아 2구 연속 높은 볼이 들어오자 신민재는 무조건 치겠다 마음먹었다. 3구째, 역시 투심이 가운데로 들어오자 신민재는 그대로 받아쳤다. 타구는 2루수 키를 훌쩍 넘어 우중간에 떨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주루 전문’ 신민재가 그렇게 LG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신민재는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서 3-3이던 연장 13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우전안타를 때려 4시간57분의 대접전을 끝냈다.
신민재는 경기 뒤 “나한테 타순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천웅이 형이 살아나가 내게 연결됐다. 이병규 코치님 말씀데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볼 2개가 다 높아서 조금만 비슷하게 낮게 들어오면 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조건 칠 생각밖에 없었고 ‘이건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스윙했다”고 끝내기 안타의 순간을 돌이켰다.
12회의 주루사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신민재는 “러셀이 잡는 것을 확인은 했는데 죽어서 어쩔 수 없었다. 형들도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셔서 타석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현수, 박용택 등 이날 득점 기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참 선수들은 모두 펄쩍펄쩍 뛰는 신민재를 끌어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민재는 “안 울었는데 형들이 다들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고 했다”고 웃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끝내기 안타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전문 대주자 신민재에게서 나왔다.
이날 자정이 거의 다 돼서야 끝난 경기에 신민재는 “내가 끝내기를 친 것보다는 팀이 이겨서 다음 경기 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덕분에 내일 우리 선수들이 다 쉴 수 있어서 좋다”고 웃으며 “집에 가면 다 자고 있을 것 같다. 다음 경기 때에도 기회가 오면 팀에 보태될 수 있도록 노력해서 또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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