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다시 한 번 ‘악몽의 4회’를 겪었다. 올시즌 김광현의 선발 등판 때마다 4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지난 6일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 때는 4회 햇빛의 방해를 받아 제구가 흔들렸고, 마운드 방문 횟수 논란도 일었다. 어수선한 가운데 만루에서 3루수 놀런 에러나도의 수비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이 생겼다. 김광현은 삼진 2개로 틀어막았다.

이날 샌디에이고전에서도 4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가 3루 실책으로 출루했고, 크로넨워스를 병살타성 땅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2루수 토미 에드먼이 1루와 2루 사이에서 공을 잡았는데, 이때 1루주자 마차도가 주루 중간에 슬라이딩을 하며 에드먼의 송구를 방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마차도와 충돌한 에드먼은 결국 1루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김광현도 이 장면을 두고 “수비 방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보통의 플레이로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김광현은 이후 볼넷과 중전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마카노와 김하성에게 연거푸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다. 뒤이어 나온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주자 2명을 더 들여보내 김광현의 실점이 4개(1자책)로 늘었다.

마차도의 슬라이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2루 지역 충돌 금지 규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1루와 2루 한 가운데이기 때문에 슬라이딩으로 2루에 닿기는 불가능한 지역에서 ‘고의 슬라이딩’을 했다. SNS에서 ‘더티 플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츠버그 강정호는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 때문에 정강이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뉴욕 메츠 루벤 테하다는 다저스 체이스 어틀리의 슬라이딩에 부상을 당해 이후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들 장면 때문에 2루 충돌 금지 규정이 생겼다. 전혀 슬라이딩과 관계없는 지역에서 고의 슬라이딩으로 수비수와 충돌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마차도를 향한 비난이 계속됐다.

현장에서는 ‘정당한 플레이’라는 설명이다. 샌디에이고 프런트로 일하는 스킵 슈마커는 “정당한 베이스 러닝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장면에 대비해 미리 훈련을 한다. 어떤 팀은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가다가 멈추는 방식을 쓰지만 우리는 안전한 슬라이딩을 하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다리를 높이 들거나, 몸을 던져서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한 슬라이딩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2루 충돌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야구규칙 6조1항에 따르면 슬라이딩은 손이나 발로 베이스에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마차도의 슬라이딩은 도저히 베이스에 닿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규정 위반이다. 이 경우 타자주자 크로넨워스도 아웃 선언이 돼야 한다. 다만, 마차도가 2루에서 포스 아웃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태그 아웃 상황이었으므로 태그를 피하려는 슬라이딩은 다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 판정에 대해 세인트루이스의 어필이 없었다는 것도 정당성에 힘을 싣는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올드 스쿨 야구’를 지향한다. 필라델피와의 경기 때 브라이스 하퍼 등 상대 타자들이 사구로 다치자 자기 팀 놀런 에러나도가 보복 사구를 맞았을 때도 “그럴 수 있다. 이게 야구다”라고 인정했다. 김광현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실트 감독은 마차도의 슬라이딩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