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때 투수 몇 명 쓰는지 알아보시길 바란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14일 인천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의 결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첫 경기 호주전 7-8 패배, 한일전 4-13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게 됐다.

이번 WBC는 야구 인기 부활 명목하에 매우 중요했다. KBO 역시 대표팀 선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도 아쉽고, 선수들도 엄청 아쉬워할 것"이라며 "비난은 나에게만 해달라. 선수들에게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여기에 이강철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특히 ‘투수 혹사‘의 문제로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표팀 불펜진은 제구 난조, 컨디션 저하 등으로 1이닝 이상 던지지 못한 투수가 대부분이다.

이에 김원중, 원태인, 정철원 등 특정 투수들만 자주 경기에 투입되었고, 세 선수는 WBC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하여 혹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철원은 WBC 직전 평가전을 도합해 일주일간 4경기 총 투구수 108개를 던졌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투수를 몇 명 쓰는지 알아보시고 말해달라"라며"죄송하다"고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인터뷰를 끝냈다.

이 감독의 작심 발언에 야구팬 사이에서는 "반성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야구계 한 정통한 관계자는 MHN스포츠와 통화에서 "이강철 감독의 마음을 이해한다. WBC가 그만큼 중요한 경기임을 말한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위해 컨디션 좋은 선수를 우선 등판시키지 않는가. 이번 WBC에서 불펜 대부분의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이 감독 입장에선 이기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투수를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대변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만큼 이번 대표팀 투수진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특정 투수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나. 야구팬 입장에선 응원하는 팀의 투수만 올라오다 보니, 시즌 전부터 부상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며 "한국시리즈와 상황 대조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단기전 특성상 투수는 한 점이라도 더 막을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WBC는 아니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만큼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확실한 것은 이강철 감독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야구의 위기, 그리고 실력 저하 문제는 수년 전부터 보이던 일들이다.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리고 바뀌지 않는 실태들이 지금의 도쿄돔 참사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의 발언은 위험했다. 대표팀 선수단 반성 역시 필요, 질타 받아야 마땅한 성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난의 시간보다 변화의 시간이 우선시 되어야한다. 그래야 한국 야구가 다시 일어 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