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 한국 농구, 김단비·박지수가 구했다
- 출처:중앙일보|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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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이 리턴매치로 열린 남북 대결에서 또 한 번 승리했다. 동메달을 목에 걸며 결승 진출 무산의 아쉬움을 달랬다.
정선민(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3위 결정전에서 북한을 93-63으로 완파했다. 지난달 29일 조별리그에서 북한을 81-62로 이긴 한국은 6일 만에 펼친 재대결도 30점 차 대승으로 장식했다. 간판 센터 박지수가 25득점 10리바운드,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캡틴’ 김단비(33)가 21득점 6리바운드로 나란히 흐름을 이끌었다.
2006 도하대회(4위) 이후 17년 만의 ‘노메달’ 위기에 내몰린 한국은 동메달을 거머쥐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은 2010 광저우(은메달), 2014 인천(금메달) 그리고 코리아(남북 단일팀)로 참가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은메달)까지, 3개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74년 여자 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로 2006년 도하 대회를 빼고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북한 여자 농구는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남북 단일팀을 제외하고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 타이인 4위(1974·1982·2022년)에 만족해야 했다.
아시안게임 도전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메달을 걸고 북한과 마주한 한국은 1쿼터에 상대 2003년생 장신(2m5㎝) 센터 박진아에게 8점을 내주며 15-21로 밀렸다. 하지만 2쿼터에 박지수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 전반 종료 4분 전 30-27로 역전했다. 이어 40-33으로 점수 차를 더 벌리며 전반전을 마쳤다. 박지수는 전반에만 19점 6리바운드를 몰아쳤다. 한국은 3쿼터들어 김단비의 외곽포를 앞세워 61-44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김단비는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포함해 13점을 터뜨렸다. 이소희(23)의 외곽포로 4쿼터의 문을 열며 64-44, 20점 차를 만든 한국은 이후 점수 차를 더 벌려 대승을 거뒀다.
북한은 센터 박진아가 27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남북 단일팀 멤버였던 북한의 주장 로숙영도 20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5년 전 은메달을 합작한 남북 선수들은 조별리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집중했다. 정선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동메달도 가치 있다. 동메달을 따기 위해 하나가 돼 이겨보자고 했다”면서 “선수단 전체가 너무 잘 뛰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점에서 감동적인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북 대결을 앞두고 마음가짐이 특별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 감독은 “상대가 누군지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동메달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1쿼터 초반 (북한의 공격에) 밀렸는데, 우리 선수들에게 ‘수비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다행히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김단비와 함께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베테랑 가드 이경은(36)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서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여자 농구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 정상권과의 실력 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58-81로 완패했다. 시종일관 일본에 끌려다니며 이렇다 할 반격 한 번 못해 보고 무릎을 꿇었다. 정선민 감독은 “앞으로 한국 농구가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후배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언니들에 이어 대표팀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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