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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감독은 하늘이 내린다…소통·전술·정무 판단까지
출처:한겨레|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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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가, 시스템인가?

경영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다.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뇌관’을 당겼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장담했던 그는 4강전 요르단과의 졸전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대표팀 내부의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노출되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성적과 별개로,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그는 무능한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다. 클린스만은 떠났고, 한국팀을 이끌 지도자의 조건을 놓고 논쟁이 불붙었다. 난세를 평정할 영웅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히딩크 4강 신화의 배경

사령탑 특성의 일반적 이항 대립 유형은 여럿이다. 카리스마 대 소통, 기관차 대 로마전차, 용장 대 덕장 등이 그렇다. 카리스마형과 기관차형, 용장형이 앞에서 끌고 나가는 직선의 리더십이라면, 소통형과 로마전차형, 덕장형은 선수들의 자발성을 살리며 전진하는 곡선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적인 구분일 뿐이다. 사람을 다루는 용인의 기술은 내용적으로 복합적이다. 강온 양면이 횡단하고, 팔색조처럼 변신하고, 때로는 당근과 채찍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 속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가 유지될 수 있고, 호통형 감독의 강압이 선수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소통 능력은 기본이다. 전술 운용에 익숙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스타 선수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다양해야 한다. 때로는 여론을 상대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멀티 기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물론 이상적인 감독이라도 시운과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으로 역대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프로리그가 중단되고 6개월 이상 대표팀의 합숙훈련이 가능했던 외부 환경은 전무후무한 특혜였다. 지금은 평가전의 경우 3일 전에 소집돼 1~2일 정도 발을 맞춰 경기를 하고,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때는 10~20일 안팎으로 허용된다.

이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평소에 잘 소통해야 한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조광래 감독(2010~2011)은 선수들을 소집할 때면 A4용지 여러 장에 선수에게 필요한 지침과 전술적 요구사항 등을 적어 주고 숙지하도록 했다. 요즘엔 감독들이 에스엔에스(SNS)를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황선홍 올림픽축구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오는 21·26일 북중미월드컵 지역 예선 타이(태국) 2연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을 임시로 맡았는데 영상자료 등을 공유하며 상대와의 대결 상황을 염두에 둔 ‘생각 훈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떠오른 국내파와 국외파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위협 요소다. 지도자는 팀 내 미묘한 균열을 감지하고,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촉수를 지녀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 후보로 밀린 벤치 선수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 ‘밀당’에 익숙한 그는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해 미팅을 하거나 농담 등으로 갈등 요인을 해소해나갔다. 황선홍 감독이나 홍명보 감독(2013~2014) 또한 세대 간 차이에 따른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원팀’과 ‘책임감’ 등 원칙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모리야스 6년 유임…일본 축구의 ‘뚝심’

‘독이 든 성배’라는 말처럼 대표팀 감독에 대한 팬들의 환호는 한순간 역풍으로 바뀔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숙의와 토론 없는 단답형 설문으로 이뤄진 여론조사를 비판하며 “여론은 없다”고 말하지만, 대중의 감정적 반응은 미디어를 통해 ‘괴물’이 돼 감독을 포위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것이 여론이 아닌 ‘군론’이고, 이성적 판단이 아닌 충동적 대응일지라도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대표팀 감독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 진출로 나름 선전했지만 경질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뒤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 있다’는 뜬금없는 ‘설’에 팬들이 광적으로 반응하면서 신태용 감독은 아예 재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국외파가 많아진 대표팀 구성의 변화도 대표팀 감독이 맞닥뜨린 과제다. 국외 클럽 생활에 익숙한 선수들은 아무래도 자율성을 강조하는 외국인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뛴 한 대표팀 선수는 감독 선임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일이 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유능한 국내 감독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 현역 시절 경력 등에서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중량감을 갖춘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호되는 이유다.

외국인 감독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름값으로 국외파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지만, 국내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감독의 몸값이 국제시장에서 이미 결정돼 있어, 연봉 200만달러(약 26억원) 안팎의 비용도 버거워하는 대한축구협회로서는 이른바 천문학적인 연봉을 줘야 하는 검증된 명장을 영입하기는 불가능하다. 감독 역량 평가 방법이나 영입 시 기대효과 등에 대한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추레하다. 마이클 뮐러 전임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해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가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경험과 데이터 활용 능력, 열정 등을 나열했을 뿐이다. 당시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표팀 감독 선호도 조사에서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응답률이 높다고 나왔는데, 묘하게 국내파 감독은 본선 경쟁에 오르지 못했다. 60여명 풀에서 추린 5명의 최종후보 명단에 국내 지도자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1년 만에 물러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수십억원의 잔여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2018 아시안게임부터 사령탑으로 앉혔고, 그는 팀을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8강전에서 탈락했지만, 기복 없이 탄탄한 플레이를 과시했다. 모리야스 감독도 6년째 재신임을 받았다. 일본축구협회의 행보는 확실히 한국과 다른 기획·행정력을 보여준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한번쯤 상상해보자. ‘당대 최고로 꼽히는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한국팀 사령탑이 된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면.’ ‘사람과 시스템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하지만, 만약 팀 전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축구 대표팀 감독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아닐까. 시운에 따라 영웅과 역적이 갈린다. 그것은 부조리한 현실이고, 모순에 찬 역설이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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